이용사 실기 시험
2019년 5월 초, 아르헨티나서 이용사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용학원을 바로 알아보고 6월부터 시험 준비를 했다. 7월에 이용사 필기 시험에 78점으로 합격했다. 그리고 9월에 본 첫 실기시험에서 불합격했다. 11월에 곧 있을 시험을 보고 가면 좋았겠지만 나는 계획대로 유럽에 가야했기 때문에 이용사 시험은 잠시 잊기로 했다.
2019년 11월 오스트리아로 떠나서 대략 10개월 정도 살았다. 헤어컷이 기본 35유로 (약 48,000원)인 바버샵에 어시스턴트로 취직해서 일을 했다. 그러니 '이용 Barbering'과는 계속 이어져 있었던 셈이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하며 8월 여름까지 체류를 했다. 일도 재밌었고 바버가 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일지 그림을 그렸었다. 참 즐거웠었는데 Covid19 사태가 닥치면서 일도 그만두게 되었고 여행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지구에 있던 거의 모든 이의 계획에 변화 또는 차질을 주었던 때였다. 마침 비자도 만료가 되었고 오스트리아 특히 수도 비엔나에서 여행자처럼 잘 지내다가 마무리를 하고 8월 중순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귀국과 동시에 늘 마음속에 품었던 이용사 시험 합격이라는 목표를 다시 밖으로 꺼내어 그 목표를 이루고자 준비를 했다. 예전 첫 실기 시험 때는 서울 어딘가에 있는 학원을 다녔었는데 그 때 학원에서 배웠던 것이 (개인적으로) 그다지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어서 이번에는 독학으로 시험을 보려고 했다. 유튜브를 보니 혼자서 공부하고도 자격증을 딴 사람이 있어서 (어느 시험장에서 봤는지는 몰라도)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차분히 준비를 해나갔다. 그렇게 독학으로 준비를 하고 귀국한 그 해 12월에 시험을 봤다. 두 번째 실기시험이었다. 서울에서였다.
당시에 시험장에서 나오면서 나는 바로 불합격인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첫 과목부터 거의 끝 과목까지 착착 잘 했다고 믿었고 무척 만족스러웠는데 마지막 과목인 '아이론' 부문에서 완전히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론에서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집에서 그렇게 잘 말리던 아이론이 시험장에서는 마는 족족 다 풀려버린 것이다. 나는 왜 집에서랑 똑같이 했는데 왜 시험장에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이고 망연자실했다. 돌이켜보면 그냥 다 이유가 있었다. 실력이 그 정도였던 거지, 뭐.
자신감 있게 시험장에 들어갔다가 아이론 과목에서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충격을 받았고 내가 이 시험을 계속 준비를 해야 하는게 맞는지 잠시 생각하는 지경까지 갔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건데? 이건 왜 이렇게 합격률이 낮은 건데? 왜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감독을 하는 건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렇게 합격률이 낮은데, 내가 다시 시험에 도전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합격을 할 수 있는 다른 수들을 생각해봤다.
1) 다시 준비를 해서 이번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시험 합격을 노려본다.
2) 학원을 다니며 이용 전문 선생님들로부터 다시 점검을 받고 합격을 받는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이번 시험에서는 학원의 힘을 빌려보기로 결심했다. 이용 학원들을 열심히 검색했는데 결과물들이 꽤 많았다. 이용 학원이 예전보다 참 많아졌다. 어느 곳으로 가야 내가 합격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렇게 검색을 하다가 한 학원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집에서 꽤 멀었지만 합격률이 좋은 것을 보고 왠지 이 학원에 계신 분이 내 실력을 검증해주고 키워줄 실력자이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운이 좋게 등록을 했고 토요일 반에 나오기로 했다.
나는 아이론 실력만 늘리면 될 줄 알았고 학원 원장님께도 초반에 그렇게 말씀을 드렸었다. 다른 건 잘 하는 것 같은데 아이론에서 기복이 큰 것 같다고, 일관성있게 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리송해 하시던 원장님은 첫 수업 때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시고 크게 지적하셨다. 한참 모자란 실력이라서 다른 과목들도 봐야 알겠지만 조발술(머리 자르는 과목)부터 다시 처음부터 해야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시험까지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전체 커리큘럼을 다 알려드릴 수가 없어서 훑는 정도밖에 못 알려드린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그때도 '훑는 정도로 충분해' 하고 자만했었다.
4주 동안 토요일마다 나가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정말 말 그대로 커리큘럼을 훑는 정도의 수업을 4주 동안 들었고 한 번도 모의고사도 치루지 못 했다. 토요일마다 4번 나갔던 이 때는 부족한 내 실력을 끌어올리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고 심지어 나는 여전히 내 실력에 대해 오만하게 생각했다. 나는 내가 그렇게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친구들의 머리를 많이 잘라줬었고 친구들은 내가 해준 머리를 정말 좋아했었다. 시험 이발과 실제 이발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내 실력이 야무지다고 믿어왔었다.
그리고 2021년의 첫 시험, 내게는 세 번째의 시험을 보게 됐다. 인천이었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이었다. 둥근스포츠였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는데 마침 딱 내가 바라던 과목이 나왔다. 와, 대박이다 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지르며 신나게 시험을 치루었다. 두 번이나 떨어진 전적이 있던 터라 시험 감독관들이 옆에서 오래도록 서있어도 전혀 떨리지가 않았다. 빨리 시험이나 끝나고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도 떨리진 않았으나 기진맥진하게 만들만큼 오래 걸린 시험이었다. 시험 보조 선생님이 꽤 오랫동안 준비 시간을 주셔서 시험 시간 외의 시간이 길어져버렸고 끝난 시간도 상당히 늦었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힘이 빠져서 집에 거의 기어갔었던 것 같다.
시험 결과를 받은 날 기함을 했다. 또 불합격을 한 것이다. 나는 이 때 탁 하고 뭔가 내려놓았다. 저절로 그렇게 됐다. 저번에는 망연자실을 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스스로 만족한 시험이었었기에 이러한 결과가 아직 내게 자꾸 내려진 거라면 받아들여야겠지 라며 '내려놓음'을 하고 허탈인지 해탈인지 하는 기분으로 결과를 인정했다. 이제는 이래서 저렇고 저래서 저렇다는 변명도 소용이 없고 실력도 없고 운도 없었으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선택만이 있었다. 다만 원장 선생님께 무어라 말해야 할 지 참 면목이 없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에 다녔던 이용 학원에서 만난 분이 계시다. 이 분을 여기 학원에서 1년 반 만에 다시 뵈었는데 이 분은 네 번이나 이용 시험에 떨어지셨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당당히 합격을 하셨다. 네 번이나 불합격을 하고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 학원에 오셨고 학원에서 탑 오브 탑으로 꼽히실 정도로 실력이 좋아지셨던 분이다. 그 분과 문자를 주고 받았었는데,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따뜻하게 응원을 해주셨다. 나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었고 오기로 들이대야하는 상황이었다.
이용사 시험은 국가시험으로써 필기 시험에 합격하고 2년 안에 반드시 실기 시험에 합격을 해야만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계산을 해보니 이번 6월 시험이, 그 2년 안에 봐야하는 마지막 시험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잘 한다는 마음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라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그 초보자의 마음으로 시험 준비에 임했다. 내 스케쥴로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날로 시험일을 잡았다. 시험까지 약 5주가 남은 상황이었다. 원장님은 또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걱정을 하셨다.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해내야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실력자들이 모인다는 서울에서 시험을 봤다. 차분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하고 떠나야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하도 여러 번을 봐서 그런지 떨리거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시험 보기 전, 시험 보는 중에 무척 떨렸다.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오직 원장님으로부터 배운 것, 내가 이것이 정석이다 싶은 것으로 시험 과목들을 침착하게 치루려고 노력했다. 조발술, 면체술, 염색, 세발술 그리고 아이론.
그렇게 별탈없이 시험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둥근 스포츠 아이론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아이론 오일을 조금만 발랐어야 했는데 '보통머리'에 바르는 만큼의 양을 발라버린 것이다. 원래 오일을 많이 바르면 잘 말아지지 않는데 특히 둥근 스포츠에서 더 그렇다. 예전에 독학으로 시험봤을 때 아이론 말았던 것들이 전부 풀려버렸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손이 덜덜 떨렸다.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고 이마와 목, 등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평소에 그렇게 잘 말더니 왜 또 그러냐고, 이번엔 잘 해야 된다고,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고 대화도 하고 기도까지 했다.
다행히 미작은 아니었고 시험 규정에 맞는 갯수대로 하긴 했다. 다시 보니 완전히 못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쁘게 말린 것도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간에 이상하게 아이론 마는 모습도 심사위원이 보기도 했고.
시험이 끝나고 나오면서 이제 내 손을 떠났으니 그만 생각하자 하고 다짐했다. 스스로에게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고생많았고 잘 했다. 넌 정말 끈기있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나 자신이 참 자랑스럽다. 이렇게 말하며 나왔다. 도대체 합격일지 아닐지 감이 오질 않았다. 감독관들이 전부 다 봤으면 나는 합격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론 실수도 그렇고 중간에 어떤 중요한 과목에서 어느 수험자분의 의자가 고장나는 바람에 감독관분들이 거기에 온 신경이 뺏기셔서들 제대로 못 봤으면 이거 좀 위험하겠다 싶었다. 딱 내가 배운 것대로 했으니 그것을 공정하게 전부 다 보시고 평가해주시길 하고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 밥 먹고 뻗었다.
학원에서 얻어마신 음료수들이 참 많았다. 합격하신 분들이 사오기도 하시고 같이 수업 듣는 분들이 같이 마시자고 나눠주기도 하신다. 나는 시험을 일찍 본 터라 다른 수강생 분들은 거의 한 달을 더 학원에 계셔야했다. 학원 원장님과 토요일에 같이 수업 들은 분들에게 뭐라도 드리고 싶어서 음료 한 박스를 주문해서 학원으로 보냈다. 합격하고 음료수 들고 학원 선생님 찾아봽는 것이 여기 모든 수강생분들이 바라는 바이다. 그래서 원래 합격하고 드리고 싶었지만 같이 수업듣고 인사하고 정들었던 사람들에게 드리고 싶어서 미리 그렇게 했다. 같이 잘 되자는 응원의 마음이었다.
이용사 시험 발표일이 되었다.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길에 인터넷으로 확인해볼 수 있었으나 떨려서 사이트에 접속을 한 동안 못 했다. 마음은 진정시키고 휴대폰을 꺼냈다. 웬 카카오톡 메시지가 와있었다. 뭐지? 하고 천천히 읽었다.
"알렉스님의 실기시험 합격을 축하합니다."
뭐? 내가 합격이라고? 상황이 파악이 되자 꺅 소리가 나왔다. 합격이다!!!!! 내가 합격했다!!! 이용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너무나 기쁜 마음에 진정이 되질 않았다. 겨우 겨우 Cool down 시키고 원장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원장님!!! 저 합격했어요!!!"
"와, 정말이요? 선생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열심히 하시더니 좋은 결과 받으셨습니다."
"실력있는 원장님이 가르쳐주신 덕분이에요. (정말 이렇게 말했는데 말 엄청 버벅거림)(웃음)"
"(웃음)그나저나 시험은 몇 점 받으셨어요?"
"저 OO점 받았어요, 원장님!!!"
"아니, 점수는 왜 이렇게 또 높아요? 우리 학원에서 지금 확인된 분 중에서 이번 시험 점수 제일 높게 받으셨어요!"
"아이론 망쳐서 불안했는데 나머지를 제가 잘 했나봐요(웃음)!"
"아이론 미작 아니었고 평소에 열심히 하셨으니 잘 받으셨지요."
"제가 조발술을 진짜 잘했나봐요, 원장님(웃음). 그 전날에 모의고사에서 둥근 스포츠 했는데 그걸 그대로 잘 했더니 좋은 결과 있었던 것 같아요(싱글벙글). 만약 아이론 잘 했으면 더 높았을 텐데 아으~"
"선생님 점수도 아주 높아요. 정말 잘하셨어요!"
아침에 원장님과 신나는 대화를 이렇게 나누게 될 줄이야. 아직도 합격 소식에 기뻐서 이 때 했던 대화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일부 적어본다. (웃음) 원장님이 읽어보시면 정말 웃으시겠다.
2021년 7월 9일 이용사 정기 시험 2회차에서 결과 발표일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면 얼마냐. 2년 2개월이다. 이야.
긴 여정이었다. 이용 시험 고인물이었던 내가 이용사 시험까지의 여정과 합격 후기, 합격 팁 그리고 동영상, 시험 지시 내용까지 만들어 볼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
<Alexx' Barbershop>
ⓒZeit für Männer 남자를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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